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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일본 로봇산업, 'AI·데이터 기반 범용 로봇'으로 전환해야"

로봇신문사 2026. 8. 18. 15:03

▲일본 로봇 산업이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의 범용 로봇 전략으로 전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이미지=제미나이)

일본 로봇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 정밀기계 중심에서 벗어나 AI·데이터 기반 범용 로봇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맥킨지 앤 컴퍼니 재팬(McKinsey & Company Japan)'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제목:범용 로봇이 열어가는 일본의 1000억달러 시장)에서 일본 로봇 기업들이 하드웨어 경쟁력을 AI·데이터·소프트웨어 역량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급성장하는 범용 로봇 시장에서 중국·미국에 뒤처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범용 로봇 시장은 2025년 기준 10억달러 미만이지만 2040년에는 37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은 같은 기간 연 3%대 성장에 그쳐 약 800억달러 규모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40년까지 세계 범용 로봇 시장의 30%인 약 1110억달러를 자국 기업이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로봇 시장 전망(단위:10억달러) (자료=맥킨지)

보고서는 2010년 세계 산업용 로봇 제조사 상위 10곳 중 5곳이 일본 기업이었으나 현재 휴머노이드 공급기업 상위 10곳에는 일본 기업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휴머노이드 특허 출원 건수도 일본이 약 1100건으로 미국(약 1560건), 중국(약 7700건)에 크게 못 미친다. 세계 산업용 로봇 생산에서 일본 비중은 2015년 54%에서 2024년 29%로 낮아졌다.

맥킨지는 일본 기업들이 부품·기술을 정교하게 통합하는 '스리아와세(すり合わせ)’ 역량과 의료·요양·점검·방위 등 신뢰성이 중시되는 분야의 강점을 살려 독자 노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리아와세는 부품과 공정, 현장 기술을 정밀하게 조율하며 양산 품질을 끌어올리는 일본식 제조 역량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로봇 부품업체에는 개별 부품 판매를 넘어 안전 시스템 통합 패키지, 모터·기어·센서를 결합한 '스마트 조인트', 인식·제어 통합 '액션스택' 등 모듈·서브시스템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신성장 분야로의 과감한 자본 배분, 독립 소규모 조직에서 신사업을 빠르게 검증하는 '비즈니스 샌드박스' 도입,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제휴 확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제품 설계,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보상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향후 20년간 약 150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양 등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에서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와 '퍼스트 고객'으로서 로봇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주요 내용

보고서는 일본 로봇산업이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경쟁력만으로는 향후 범용 로봇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일본 기업은 메카트로닉스, 정밀공학,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로봇산업의 중심이 특정 작업에 특화된 산업용 로봇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범용 로봇으로 이동하면서 경쟁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범용 로봇 시장의 성장 속도가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40년까지 연평균 약 3% 성장해 약 8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범용 로봇 시장은 2025년 10억달러 미만에서 2040년 약 37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되며 연평균 약 70%의 성장이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40년까지 일본 기업이 세계 범용 로봇 시장의 30%, 약 1110억달러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산업용 로봇 강국 일본,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

▲1990년대 로봇 밀도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로봇 밀도가 2024년 현재 5위로 밀려나 있다. (자료=맥킨지)

일본의 현재 경쟁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되고 있다. 2010년 세계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상위 10개 가운데 일본 기업이 5개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위치를 확보했지만, 세계 산업용 로봇 생산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4%에서 2024년 29%로 감소했다. 일본 제조업의 로봇 밀도 역시 2009년 세계 1위에서 2024년 5위로 내려갔다. 일본 제조업 자체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과거처럼 탄탄한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로봇 기술과 사업을 발전시키는 성장 방식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중국·미국과 격차 확대

범용 로봇, 특히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일본은 1970년대 초 와세다대학이 세계 최초의 실물 크기 휴머노이드인 'WABOT-1'을 개발하는 등 오랜 연구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휴머노이드 공급업체 상위 10개 기업에는 일본 기업이 포함되지 않았다.

휴머노이드 관련 특허 출원도 일본이 약 1100건인 데 비해 미국은 약 1560건, 중국은 약 7700건에 달한다. 일본 기업들이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국과 미국 기업들은 실제 제품의 상용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애지봇(AgiBot)은 누적 1만 대의 휴머노이드 생산을 달성한 사례로 제시된다.

중국은 하드웨어, 미국은 AI 중심으로 경쟁

보고서는 현재 범용 로봇 경쟁을 중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설명한다.중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선행형 전략을 채택해 특정 용도의 로봇을 빠르게 개발하고 실제 현장에 투입한 뒤 운용 과정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중국은 로봇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상당 부분 자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어 대량생산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자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AI, 자율성에 집중하면서 범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 AI 중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해법은 하드웨어와 AI를 결합하는 것

일본이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중국이나 미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 특유의 강점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강점으로 여러 부품과 기술을 긴밀하게 조정해 전체 시스템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스리아와세(すり合わせ)’ 능력을 꼽고 있다. 일본 기업이 정밀한 하드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AI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모듈과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나 미국의 AI 기술과는 다른 형태의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의료·간병·점검·방위 등 높은 안전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일본의 품질과 현장 적용 능력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로봇 OEM,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AI·데이터 기업으로 전환

이를 위해 일본 로봇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은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 로봇을 대규모로 배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범용 로봇에서는 로봇의 정밀도와 반복성뿐 아니라 AI 모델과 대규모 멀티모달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로봇의 능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병원, 물류센터, 소매점, 건설현장처럼 환경이 계속 변화하는 공간에 로봇을 배치하면 실제 운용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가 AI 모델의 학습과 성능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결국 로봇을 많이 판매하고 운용하는 기업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데이터가 다시 로봇의 성능을 높여 추가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이 핵심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보고서는 일본 OEM 기업들이 각각의 로봇 기종에 분리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로봇과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파이프라인, 시뮬레이션, 안전 시스템, 고객 업무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플랫폼에는 표준화된 API와 미들웨어, 안정적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특정 업무에 최적화된 스킬 모델, 로봇군의 운용과 상태를 관리하는 도구,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거버넌스 등이 포함돼야 한다.

유지보수에서 RaaS까지 서비스 사업 확대

서비스 사업 역시 중요한 변화 대상이다. 기존에는 로봇에 고장이 발생한 이후 수리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지만, 범용 로봇이 대규모로 분산 배치되면 예지보전과 원격진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가 필요해진다.

일본 기업은 그동안 축적해온 품질과 신뢰성에 대한 평가를 활용해 데이터 기반의 유지보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나아가 로봇을 판매하는 대신 소프트웨어와 모니터링, 유지보수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는 서비스형 로봇(RaaS·Robotics as a Service) 모델을 도입하면 고객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 새로운 반복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부품업체, 개별 부품에서 스마트 모듈로 진화

로봇 부품업체 역시 단순한 부품 공급업체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은 하모닉 드라이브, 유성 롤러 스크루, 리니어 가이드, 힘 센서, 촉각 센서 등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다양한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개별 부품의 품질만으로는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부품을 통합한 모듈과 서브시스템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모터와 감속기, 연산장치, 위치센서, 힘 센서 등을 통합한 ‘스마트 조인트’를 제시한다.

센서에서 인식·제어·행동(액션) 스택으로 확대

센서 기업 역시 단순히 센서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센서 데이터의 처리와 인식, 제어, 실제 동작까지 연결하는 ‘액션 스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물체를 부드럽게 잡는 작업을 수행할 때 물체의 위치와 접촉 상태를 인식하고 필요한 힘을 계산한 뒤 실제 동작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센서로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부품업체가 로봇의 실제 행동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기술 공급자로 발전할 수 있다.

일본의 차별화 요소는 품질·안전·신뢰성

보고서는 일본이 중국·미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본의 강점인 정밀공학과 제조기술, 품질관리, 시스템통합 능력을 활용해 의료·간병·점검·방위 등 높은 안전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로봇이나 안전성이 중요한 현장에서는 단순히 가격이 낮은 로봇보다 안정적인 성능과 신뢰할 수 있는 운영체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여지가 있다.

일본의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상용화 속도

보고서는 일본 로봇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기술력 자체가 아니라 높은 기술을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 대규모로 확산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일본 기업은 기존 사업에 자본을 집중하고 새로운 사업에는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며, 실패를 회피하려는 기업문화와 보수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새로운 성장사업에 대한 신속한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용 로봇과 AI 분야로 자본과 인력을 과감하게 재배분하고, 독립성이 높은 ‘비즈니스 샌드박스’ 조직을 활용해 신사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M&A와 전략적 제휴로 부족한 기술 확보

부족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 기업은 해외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와 M&A,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해 AI와 소프트웨어, 스마트 조인트, 안전 시스템, 인식·행동 기술 등 부족한 역량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 특히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뿐 아니라 인재와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수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처음부터 겨냥해야

과거 일본 로봇기업은 일본의 거대한 제조업 시장에서 기술과 사업을 발전시킨 뒤 해외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제조업이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감소했고 국내 산업용 로봇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개발하는 로봇과 부품은 일본 시장을 첫 번째 시장으로 삼더라도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해외 인재와 현지 조직을 적극 활용하고 지역별 의사결정 권한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AI·피지컬 AI 인재 확보가 시급

AI 중심의 로봇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계·제조 분야 인력뿐만 아니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펌웨어, AI, 피지컬 AI 등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해외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보상과 스톡옵션 등을 제공해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 조직문화와 언어 장벽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로봇과 AI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을 늘리기 위한 교육정책도 필요하다.

데이터와 AI 모델 전략이 미래 경쟁력 좌우

데이터와 AI 모델 전략도 향후 경쟁의 핵심으로 제시된다.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가 필수적이며, 기업 간 데이터와 AI 모델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 기업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기반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기존 대형 모델을 증류해 소형 모델을 만들거나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특정 분야의 데이터로 파인튜닝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을 선택하느냐 자체보다 실제 로봇을 현장에 얼마나 많이 배치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모델과 로봇 성능 개선에 연결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 개선과 수요 창출로 산업 성장 지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은 향후 20년 동안 노동인구가 약 15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간병과 의료 등 인력 부족이 심각한 분야에서 로봇 활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로봇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기준과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동시에 공공부문이 초기 수요자가 되어 로봇 도입을 촉진할 수 있다. 세제 지원이나 공동개발 지원, AI 로봇 허브 구축 등도 일본 로봇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제시됐다.

장길수 기자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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