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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스마트폰 공급망, 휴머노이드로 확장…“차세대 성장 엔진 부상”

로봇신문사 2026. 5. 4. 15:09

▲ 스마트폰 부품업체인 링이아이텍이 전시회에서 로봇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링이아이텍)

중국 스마트폰 및 전자부품 공급망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 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되면서 그동안 모바일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으로 방향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CMP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인 아너(Honor,荣耀)가 우승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아너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뎬(闪电, D1)’은 유니트리 등 기존 로봇 강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아너는 지난해에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진입했다. 하지만 산뎬은 인간 세계 기록보다 6분 이상 빠른 기록으로 완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아너 측은 스마트폰에 적용해온 냉각 기술을 로봇에 이전해 21km 주행 동안 모터 과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이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로봇에는 링이아이텍(Lingyi iTech,领益智造), 렌즈 테크놀로지(Lens Technology,蓝思科技), AAC 테크놀로지(AAC Technologies,瑞声声学科技) 등 주요 스마트폰 공급업체들이 핵심 부품을 공급했다. 이는 기존 모바일 공급망이 로봇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SCMP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가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5년 약 1만6000대에서 2027년 10만 대 이상으로 6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물류, 제조, 자동차 산업이 전체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은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IDC는 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9% 감소한 11억2000만 대로,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등도 시장 위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아이반 람(Ivan Lam)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업계 전반이 새로운 성장 곡선을 찾고 있다”며 “스마트폰에서 축적된 기술과 생산 능력을 재활용할 수 있는 로봇 산업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양 산업 간 기술적 공통점을 강조했다. 카메라 모듈 정밀 조립, MEMS 센서, 고밀도 배터리, 햅틱 모터 제어 기술 등은 이미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성숙 단계에 도달했으며, 로봇의 관절 센싱과 구동 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요 부품업체들은 로봇 기업을 새로운 고객군으로 확보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선전에 위치한 정밀부품 기업인 에버윈 프리시전(Everwin Precision,长盈精密技术)은 작년 한 해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고객사에 약 69만 개의 부품을 공급해 1억위안(약 14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지만, 회사는 해당 사업을 차세대 핵심 성장 축으로 보고 있다.

애플 공급망 핵심 기업인 링이아이텍(Lingyi iTech, 领益智造) 역시 로봇 분야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애지봇(AgiBot)에 1만 대 이상의 로봇용 구조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링이아이텍은 이미 수천 대 규모의 로봇 하드웨어 및 조립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 하드웨어 분야 글로벌 톱3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애지봇과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 베이징에 로봇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 규모를 올해 1만대에서 2027년 2만대, 2030년에는 5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샤오미(Xiaomi) 역시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생산 공정에 투입하며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반 람 애널리스트는 “이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으로의 이동이 아니라 기존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장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술적 장벽도 존재한다. 로봇은 스마트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정밀도와 신뢰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양산 단계 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차 허용 범위가 크게 줄어들면서 생산 공정 난이도가 상승하고 있다.

최근 선전에서 열린 로봇 전시회에서는 기존 전자부품 업체들이 로봇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메인보드 공급업체 시보 테크놀로지(Seavo Technology, 信步科技)는 로봇의 추론 기능과 동작 제어에 자사 제품을 적용하는 방안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회사는 현재 200개 이상의 로봇 관련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시보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SCMP에 “로봇 사업 비중은 아직 작지만, 업계 전반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스마트폰 중심으로 구축된 중국 전자 공급망이 향후 로봇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대규모 생산 능력과 정밀 제조 기술을 확보한 만큼, 초기 시장 확대 국면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제조, 자동차 등 산업 현장에 본격 도입될 경우 관련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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