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세계로봇대회가 19일 개막했다.
(베이징=특별취재팀) 중국 로봇산업이 기술과 제품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실제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고 성과를 검증하는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서 19일 개막한 ‘2026 세계로봇대회(WRC 2026)’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다.
올해 WRC의 주제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 생산과 수요의 융합(人机共生,产需共融)’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와 기술 전시를 넘어 구매 상담과 산업 간 연계, 실제 로봇 적용을 강조하면서 로봇산업의 상업화 단계가 한 단계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WRC에는 3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고 2000여 종의 로봇 제품이 전시된다. 신규 공개 제품도 150종 이상에 달하며, 동시 개최 행사는 60여 개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제기구 약 30곳이 행사를 지원하며 메인 포럼의 해외 인사 비중도 약 30%에 이른다.
참가 규모 역시 크게 확대됐다. 2024년 세계로봇대회에는 169개 기업과 600여 종의 제품이 참가했으며, 2025년에는 220개 기업과 1569개 전시품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참가 기업이 300개를 넘어서면서 2년 만에 거의 두 배 규모로 확대됐다.

▲2026 세계로봇대회 전시회장.
이번 전시회는 약 5만㎡ 규모로 조성됐으며 ‘스마트혁신관(智创馆)’, ‘스마트융합관(智合馆)’, ‘스마트제조관(智造馆)’, ‘스마트체험관(智趣馆)’ 등 4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스마트혁신관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집중적으로 전시됐다.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유비테크 로보틱스(UBTECH Robotics), 갤럭시 제너럴 로보틱스, 푸리에 등이 참가했으며 베이징·상하이·저장·후베이·광둥·쓰촨·지린 등의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도 참여했다.
스마트융합관은 국제 협력과 산업 간 연계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중국의 종칭, 싱둥스지, 시아순 로봇&오토메이션(SIASUN Robot & Automation), 러쥐 등의 기업과 AMD, SMC, 인피니언, 이구스(igus), 맥슨(maxon), 파울하버(FAULHABER), 하모닉(Harmonic), 헨켈(Henkel), 3M 등 글로벌 부품·기술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스마트제조관에는 징청기전, 로봇포스, 하이얼, 원지(Yunji), 푸두 로보틱스 등 산업·서비스 로봇 기업과 함께 리드샤인, 리더드라이브(绿的谐波), 월룽전기, 밍즈전기 등 로봇 핵심 부품 업체들이 참가했다.

▲관람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체험하고 있다.
올해 행사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테마 데이’ 운영이다. 19일은 신제품 발표 중심의 ‘발표일’, 20일은 구매자와 공급업체를 연결하는 ‘구매일’, 21일은 기술 교류를 위한 ‘개발자 데이’, 22~23일은 일반 관람객을 위한 ‘공개일’로 운영된다.
특히 ‘구매일’ 신설은 WRC가 산업 전시회에서 실제 거래와 도입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간 구매 협상과 산업 공급망 연계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로봇의 실제 적용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로봇 응용 탐색 계획’도 추진된다. 글로벌 로봇기업을 대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4족보행 로봇, 로봇 핸드 등 양산 제품을 모집하고 이를 혁신팀에 제공해 실제 현장에서 활용성을 검증한다는 구상이다.
로봇을 직접 체험하고 소비하는 공간도 마련된다. ‘E-타운 로봇 소비축제’가 행사 기간 함께 열리며 로봇 셰프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선보이고 로봇 관련 캐릭터 상품과 체험형 콘텐츠, 로봇 밴드 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산업계에서는 WRC의 변화가 로봇산업의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뛰어난 동작을 구현하는지, 얼마나 많은 신제품을 발표하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실제 고객이 로봇을 구매하고 현장에 투입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로봇 수요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제조·물류 등 실제 산업 현장의 사용자들이 포럼과 산업 연계 행사에 참여해 구체적인 적용 수요와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영국, 태국 등 해외에서도 산업 관계자들이 참가해 자국의 로봇 활용 수요를 소개한다.
중국 국유기업의 참여 확대도 주목된다. WRC에는 처음으로 중앙 국유기업 전시 구역이 마련되며 49개 중앙기업이 12개 로봇 적용 사례를 선보인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행사 기간 '중앙기업 로봇 혁신 연합체' 설립도 발표할 예정이다. 기술 공동개발과 적용 현장 공유, 성과 공동 활용을 통해 로봇산업의 상용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2년간 업계의 관심이 공중제비, 달리기, 춤 등 로봇의 운동 능력에 집중됐다면 올해부터는 생산라인과 물류센터, 매장 등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전자학회 쉬샤오란 이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적용 분야가 공연과 마케팅, 교육 등에서 3C 제품 검사, 물류 분류, 자동차 제조 등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약 10곳도 생산라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즈위안 로보틱스(애지봇)는 중국 난창의 3C 생산라인에서 99.99%의 작업 성공률을 기록하며 수개월간 안정적으로 운영한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의 다이나 로보틱스(Dyna Robotics)는 매장에서 24시간 사람의 개입 없이 850개 이상의 냅킨을 접는 작업을 수행했으며 성공률은 99.4%에 달했다. 갤럭시 제너럴의 갤봇(Galbot) G1 휠 기반 양팔 로봇은 낯선 물체를 잡는 작업에서 95%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실제 소매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로봇산업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중국 매체들은 2026년 상반기 중국의 체화지능 분야 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로봇 본체보다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과 월드 모델, 데이터 인프라 등 ‘로봇의 두뇌’ 영역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하드웨어 제작 능력보다 로봇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 적용은 아직 제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3300대로 추산된다. 즈위안 로보틱스와 유니트리 등이 상당한 출하량을 기록했지만, 일부 기업의 매출 상당 부분은 여전히 연구·교육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결국 WRC 2026의 진정한 성과는 전시장에 얼마나 많은 로봇이 등장했느냐보다 이들 로봇이 실제 고객의 주문을 받고 생산현장에 얼마나 많이 투입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WRC가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로봇산업의 경쟁 기준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실제로 납품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화려한 동작을 선보이는 로봇보다 생산라인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물류센터에서 매일 작업하며,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로봇이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WRC 2026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진전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회가 끝난 뒤에도 현장에 남아 계속 일하는 로봇이 얼마나 늘어났는지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로봇산업의 상용화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란게 중국 현지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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