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C의 첨단 로봇 장치 규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지=챗GPT)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시행에 들어간 '첨단 로봇 장치(Advanced Robotic Devices)'에 대한 규제 조치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보행 로봇뿐 아니라 자율이동로봇(AMR)과 무인운반로봇(AGV) 등 이동로봇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 애널리시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제목: What the FCC Ruling on ‘Advanced Robotic Devices’ means for the US Mobile Robot Market)에 따르면, 이번 FCC의 규제 조치는 중국 업체를 겨냥하고 있으며, 미국 이동로봇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글로벌 이동로봇 시장은 최근 몇년간 급속히 성장했다. 연간 출하량은 2018년 약 3만 대에서 2025년 20만 대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32%에 달한다. 오는 2030년에는 연간 출하량이 50만 대에 육박할 전망이 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이동로봇 시장이지만, 내수 경쟁 심화와 코로나 19 이후 성장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이동 로봇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이동 로봇 기업들의 내수 출하 비중은 2018년 91%에서 2025년 64%로 감소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선 중국산 이동로봇 비중이 같은 기간 1%에서 36%까지 확대됐다.

▲미국 내 중국 이동 로봇 비중. (자료=인터랙트 애널리시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산 첨단 기술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FCC는 2025년 12월 외국산 무인항공기(UAS)와 핵심 드론 부품을 '커버드 리스트(Covered List)'에 포함시켜 신규 외국산 드론의 미국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어 FCC는 지난 7월 28일 외국산 '첨단 로봇 장치'와 '연결형 전력 인버터'를 커버드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제품은 '조건부 승인(Conditional Approval)'을 받지 않는 한 FCC 장비 인증을 획득할 수 없어 미국 내 수입과 판매가 힘들어진다.
FCC는 '첨단 로봇 장치(Advanced Robotic Devices)'를 사람의 직접적인 조작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지상 로봇이라고 정의했다. 도킹 스테이션을 포함한 무게가 2kg(4.4파운드)을 넘고, 센서와 최소 200kbps 이상의 네트워크 연결 기능, 내비게이션·환경 인식·데이터 수집·원격 제어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갖춘 장비가 대상에 들어간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보행 로봇, 바퀴형 또는 궤도형 이동 로봇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FCC는 고정형 산업용 로봇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관절 로봇, 델타 로봇, 직교좌표형 로봇, 스카라 로봇 등 산업용 로봇과 의료용 고정식 로봇, 그리고 철도 차량, 무인잠수정(UUV), 식품의약국(FDA) 규제를 받는 의료기기와 이동 보조기기도 제외 대상에 들어갔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특히 물류 자동화 분야에 활용되는 AMR과 AGV가 이번 규제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상품을 작업자에게 운반하는 'GTP(Goods-to-Person)' 시스템과 자동 분류, 피킹 작업에 활용되는 이동 로봇은 FCC가 제시한 규제 요건에 대부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FCC 결정문에도 첨단 로봇 장치의 적용 분야로 '자재 운반(Material Handling)'과 '주문 처리(Order Fulfillment)' 등 산업 제조 및 물류 현장을 언급하고 있다.
FCC는 이번 규제 조치의 대상이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명시, 제조사의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독일, 일본, 한국 등에서 생산된 로봇도 원칙적으로는 중국산과 같은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실제 규제의 근거 대부분이 중국 사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FCC는 유니트리 4족보행 로봇의 보안 취약점, 중국 제조사와 관련된 백도어 의혹, 중국이 장악한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망 등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형식적으로는 국가 중립적인 규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중심의 로봇 제조 생태계와 액추에이터·배터리·센서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을 겨냥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FCC 규정에 따르면, 미국에 이미 공급된 인증 제품은 계속 판매·운용할 수 있으며 보안 및 호환성 업데이트도 최소 2029년 1월 1일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차세대 제품이나 하드웨어 변경으로 재인증이 필요한 경우, 특히 중국 기업의 신규 모델은 조건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시장 진입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아직 FCC가 명확히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FCC가 '신규 모델'의 기준과 조건부 승인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베트남이나 멕시코에서 중국산 부품을 사용해 조립한 제품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동형 자동창고시스템(AS/RS)이나 팔레트 셔틀처럼 이동로봇과 고정형 자동화 설비의 경계에 있는 장비의 분류 역시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단기적으로 미국 자동화 시장에서 투자 지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종 수요 기업들이 FCC의 세부 기준이 명확해질 때까지 신규 투자를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로봇 업체들이 이번 조치에 대응해 이동 로봇의 최종 조립을 중국 밖으로 추진하고 비중국산 부품 사용을 확대하는 등 공급망 현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운영 기업과 시스템통합(SI) 업체들도 앞으로는 가격과 성능뿐 아니라 FCC 인증 여부, 펌웨어 업데이트 지원, 부품 조달 체계, 공급망 안정성 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지적했다.
장길수 기자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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