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투자증권이 발표한 '중국 AI 모델의 글로벌 역습' 보고서 (자료=IBK투자증권)
중국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폭발적인 사용량 증가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IBK투자증권은 15일 발표한 '중국 AI 모델의 글로벌 역습' 보고서를 통해 "2026년 6월 기준 중국 AI 모델의 토큰 사용량은 98조 토큰으로 미국(53조 토큰)의 약 두 배 수준까지 증가했다"며 "AI 모델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성능뿐 아니라 가격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의 토큰 사용량은 각각 46조 토큰과 37조 토큰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한 달 만에 중국이 98조 토큰으로 급증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결국 폭발적인 중국 AI 모델의 도입 및 사용 증가는 가격 경쟁(토큰 단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회수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여겨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돈이 지급되는 AI 워크로드의 토큰 점유율은 미국 3대 LLM 모델이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IBK투자증권은 중국 AI 모델의 성장 배경으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AI 에이전트는 일반 챗봇보다 수십 배 많은 토큰을 소비하기 때문에 토큰 가격이 전체 운영비용을 좌우한다. 딥시크(DeepSeek)는 지난 5월 V4 프로 API 가격을 75% 영구 인하했고, 샤오미도 플래그십 API 가격을 최대 99% 낮췄다. 중국 오픈소스 모델은 미국 경쟁 모델보다 60~9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재 중국 LLM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딥시크(DeepSeek), 알리바바의 큐원(Qwen), 즈푸AI(GLM)를 꼽았다.

딥시크는 최근 약 74억달러 규모의 첫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약 590억달러까지 상승했다. 알리바바 큐원은 클라우드와 AI 칩, 모델을 모두 자체 보유한 유일한 수직계열화 기업으로 평가됐으며, 즈푸AI는 올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세계 최초의 LLM 전문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1조 홍콩달러를 돌파했다.
성능 역시 빠르게 미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코딩 성능을 평가하는 대표 벤치마크(SWE-bench Verified) 기준에서 미국 최고 수준인 GPT-5.5와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4.8은 약 88%의 성능을 기록했지만, 중국의 딥시크 V4 프로 맥스(Pro Max)는 80.6%를 기록해 구글 제미나이 3.1 프로와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 큐원 3.7 맥스 역시 80.4%를 기록하는 등 성능 차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월 1억 출력 토큰을 사용하는 AI 서비스의 경우 딥시크는 약 87달러면 운영할 수 있지만 클로드는 약 2500달러가 필요해 비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인프라 전략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탈(脫) 엔비디아'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최신 엔비디아 GPU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딥시크는 화웨이 어센드(Ascend) 칩 기반으로 학습을 전환했고, 알리바바는 자체 AI 칩과 서버를 활용하는 풀스택 구조를 구축했다. 즈푸AI 역시 중국산 AI 반도체와 자체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이 향후 1년 안에 AI 가속기 예산의 46%를 자국산 반도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AI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기준 미국 기업들의 LLM API 지출 점유율은 앤트로픽이 40%로 가장 높았고, 오픈AI가 27%, 구글이 21%를 차지했다.
IBK투자증권은 "고부가가치 기업용 AI 시장은 미국의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이 장악하고 있으며, 가격에 민감한 개발자와 스타트업 시장은 중국 오픈소스 모델이 확대하는 이원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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