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C 연구팀이 소리를 듣고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로봇 손을 개발했다 (사진=USC)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연구팀이 별도의 악보나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소리를 듣고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혁신적인 로봇 손 ‘뮤지션 핸드(Musician Hand)’를 개발했다.
이 로봇 손은 2분 정도 피아노 건반을 무작위로 누르면서 손의 움직임과 음의 관계를 익힌 후 멜로디를 연주 동작으로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음악 연주를 넘어 재활 치료, 의수·의족, 파킨슨병 환자 보조기기 등 차세대 의료·로봇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학술지인 ‘로열 소사이어티 인터페이스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Perception in action: a robotic system that can teach itself to melodiously play music by ear)
이번에 개발된 뮤지션 핸드는 악보나 대규모 학습 데이터 없이, 2분 정도 무작위로 건반을 누르며 음과 움직임의 관계를 스스로 익혔다. 이후 처음 듣는 약 30개 음표 분량의 멜로디를 한 번 듣고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뮤지션 핸드는 소형 전기 모터로 동작하는 4개의 ‘힘줄 구동(tendon-driven)’ 손가락으로 구성돼 있다. 신경망이 멜로디의 소리를 분석하고 이를 재현하는 데 필요한 운동 명령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뮤지션 핸드는 방대한 프로그래밍과 대규모 학습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존 로봇과 달리, '운동 옹알이(motor babbling)'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학습했다. 유아가 팔다리를 움직이며 몸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법을 익히는 탐색 과정과 유사한 방식이다.
연구팀은 로봇 손의 연주와 4명의 피아니스트 연주를 두 명의 심사위원에게 블라인드 방식으로 들려줬다. 평가 결과 일부 심사에서 로봇 손과 인간 연주자의 연주를 구별하지 못했다.
발레로-쿠에바스(Valero-Cuevas) 교수는 "전통적인 로봇공학의 아킬레스건은 완벽한 정보가 있어야만 행동할 수 있다는 가정"이라며 "동물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인지하고, 대부분 올바르게 추측하며, 적응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을 '지각 로봇공학(perceptual robotics)'이라고 명명했다. 이 방식은 시스템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움직임을 실험하며, 방대한 학습 데이터 없이도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프레임워크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향후 현재의 작업 중심 로봇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인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을 파킨슨병 등 환자의 재활 보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단 초기에 환자가 외골격(exoskeleton)을 착용하면 로봇이 며칠간의 훈련만으로 해당 환자 고유의 보행·동작 방식을 학습하고, 병이 진행될수록 환자의 움직임을 보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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