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직속의 로봇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로봇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본격 육성한다. 그동안 연구개발 조직별로 분산돼 있던 로봇 역량을 하나로 묶고, 휴머노이드 개발부터 제조현장 적용, 사업화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2일 발표한 보고서(제목:시작된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 출범을 계기로 국내 로봇 산업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신설된 RX 사업추진실은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미래로봇추진단 등에 나뉘어 있던 로봇 관련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중장기 로봇 전략 수립부터 핵심 기술 개발, 제품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조직이 총괄한다. 서울 R&D 캠퍼스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구미에는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미국·중국·일본 연구거점과도 연계해 글로벌 연구개발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 전략을 담당했던 이동건 부사장이 로보틱스 전략팀장으로 합류했으며, 서울대 김현진 교수와 아주대 김의겸 교수도 영입해 로봇 제어와 로봇 핸드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은 이미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2021년 로봇사업화 TF를 출범시킨 뒤 로봇사업팀으로 확대하며 봇핏(Bot Fit), 볼리(Ballie) 등 소비자용 로봇 상용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출시 일정이 반복적으로 연기되면서 시장 안착에는 실패했다. 2024년에는 약 150명 규모의 로봇사업팀을 해체하고 연구조직 중심으로 재편했으며, 이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면서 전략의 중심을 소비자 로봇에서 휴머노이드 핵심기술 확보로 옮겼다.
보고서는 이러한 과정을 '선행기술 개발→사업화 시도→기술 내재화→본격적인 로봇 사업 추진'이라는 단계적 진화 과정으로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휴머노이드 핵심 기술을 상당 부분 자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모터와 드라이브를 직접 설계하고 있으며 약 80종의 액추에이터를 연구 중이다. 아직 시장에서 휴머노이드의 표준 형태가 정립되지 않은 만큼 소형·대형·고출력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으며, 로봇 핸드 역시 링크 방식과 케이블 방식 등 여러 구동 구조를 시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도 병행한다. 자체 미들웨어를 비롯해 강화학습, 모델 기반 제어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제조 작업 자동화를 위한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도 자체 개발 중이다. 여기에 구미 데이터 팩토리를 통해 대규모 로봇 학습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다.

외부 기술 확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중심축으로 삼는 동시에 AI와 센서 분야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투자 대상에는 스킬드AI(Skild AI), 필드AI(Field AI) 등 로봇 AI 기업과 월드랩스(World Labs), xDOF 같은 데이터·시뮬레이션 기업, 에이딘로보틱스 등 촉각센서 기업, 피규어 AI와 앱트로닉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으로 제조 생태계를 꼽았다.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등 다양한 제조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동시에 반도체와 각종 부품도 공급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자사 공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로봇을 실증하고, 여기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AI와 하드웨어 개발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수직통합형 로봇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사업화 전략도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수정됐다. 과거에는 소비자용 로봇을 우선 출시하려 했지만 앞으로는 제조현장용 로봇을 먼저 상용화한 뒤 홈과 리테일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조현장은 반복작업 대체 효과와 생산성 향상, 안전 개선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쉬워 투자 회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은 향후 오퍼레이팅봇, 물류봇, 조립봇 등을 제조현장에 우선 적용한 뒤 AI 기반 자율공장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변수로 △삼성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공동 개발하는 신형 휴머노이드 공개 △구미 로봇 양산라인 및 데이터 팩토리 구축 △액추에이터·핸드·센서 공급망 확정 △삼성그룹 제조현장 로봇 투입 △추가 투자와 M&A 여부 등을 제시했다.
또 최근 국내 로봇 섹터가 단기 모멘텀 부재와 상용화 우려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삼성전자의 사업 본격화와 함께 테슬라 실적 발표, 현대차 로봇 전략 공개, 정부 휴머노이드 예산 발표 등 주요 이벤트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로봇 산업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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