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산이중공업의 펌프트럭(사진=산이중공업)
중국 제조업이 AI와 산업용 로봇의 결합을 통해 스마트 제조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산업 중심이던 산업용 로봇이 AI를 기반으로 의류, 신발 등 전통 제조업까지 진출하면서 스마트 팩토리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최근 “AI, 중국 산업용 로봇의 새로운 영역 진출 가속(AI speeds the march of China’s factory robots into new sectors)”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인공지능을 적극 도입, 산업 현장의 지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라인의 효율성 제고, 품질 관리의 개선, 공정의 관리 감독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FT는 중국 후난성 창사에 위치한 중장비 및 콘크리트 펌프트럭 제조업체 산이중공업(三一重工·SANY) 제18공장을 방문하고, 이 공장에선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스마트 생산설비가 가동되면서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전했다. 10만㎡ 규모의 이 공장에선 무인운반로봇(AGV) 수십 대가 대형 용접 로봇과 공작기계 사이를 오가며 45분마다 콘크리트 펌프트럭 1대씩 생산하고 있다.
2012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스마트 제조 능력을 인정받아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으로 지정됐다. 펑융후이(Peng Yonghui) 공장 매니저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공장이 한층 더 진화했다고 전했다.
과거에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분류하던 금속 부품 작업을 현재는 로봇팔이 형태와 무게를 스스로 인식해 처리한다. 펑 매니저는 부품의 크기와 무게, 색상은 물론 재질까지 구분해내는 시스템 성능에 대해 "일부 소재는 쌍둥이처럼 비슷하지만 로봇은 여전히 구별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중국 정부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속에서도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자동화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 확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술 발전이 생산라인 효율을 높이고 품질관리와 공정 감독 기능을 강화하며, 공장들이 더 까다로운 작업에 지능형 로봇을 투입하도록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공장은 기존에 사람만 수행하던 작업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신할 수 있도록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AI 모델 성능 향상에 힘입어 자동화·스마트 시스템의 적용 범위도 대형 자동차 제조 등 기존 분야를 넘어 의류·신발 등 전통적인 노동집약 중소 공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터랙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의 사만다 모우(Samantha Mou)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AI 공급망 산업의 성장이 제조업 내 로봇 수요를 직접적으로 창출하고 있으며,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로봇의 성능을 향상시켜 그동안 진입이 어려웠던 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산업용 로봇의 비전 인식과 프로그래밍 편의성, 설비 간 협업 능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원격 모니터링과 유지보수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내 방대한 제조업 기반도 AI 로봇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베이징 소재 벤처캐피털 CCV의 제리 량(Jerry Liang) 파트너는 중국의 산업 부문과 제조 현장이 수백만 곳에 달해 로봇에 대한 실질적 수요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징둥(JD.com) 등 중국 인터넷 기업에 주로 투자해온 량 파트너는 최근 투자 초점을 AI 기반 로봇으로 옮겼다. 그는 산업 현장에 로봇을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 더 나은 피지컬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 확보로 이어지고 있으며, 공장이야말로 중국의 수많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제품을 대규모로 수익화할 최적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중국의 임금 수준은 더 이상 저렴하지 않고, 신세대 노동자들은 지루하고 위험한 일을 꺼린다"며 제조업계가 휴머노이드와 비(非)휴머노이드 로봇 모두에 더 복잡한 작업을 맡기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저우에 위치한 산업용 로봇 업체 GSK CNC 이큅먼트(广州数控设备)도 AI가 로봇 활용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작업자들이 텍스트를 입력해 로봇을 프로그래밍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자연어 기반 AI를 활용해 음성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 작업자들은 복잡한 프로그래밍 방식보다 사람과 대화하듯 로봇을 제어하기를 원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로봇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같은 흐름에 맞춰 전 세계 로봇 공급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화낙과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이 각각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기반 프로그래밍 도구를 개발하고 있으며 스위스 ABB와 상하이 소재 산업용 로봇 기업 스텝(Step, 新时达)은 전자·반도체 산업에 특화한 신형 로봇 모델을 출시하며 AI 신규 수요 선점에 나섰다고 전했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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