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피지컬 AI 산업 전망 컨퍼런스 행사장 모습
피지컬 AI가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새로운 경쟁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세미나허브가 주최한 ‘2026 피지컬 AI 산업 전망 컨퍼런스’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FKII타워 컨퍼런스센터 사파이어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AI·로봇산업협회와 로보티들리의 후원으로 열렸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피지컬 AI, 자율제조, AI 반도체,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이슈를 폭넓게 다뤘다. 기존 AI가 언어와 이미지 중심의 디지털 지능이었다면, 피지컬 AI는 로봇이라는 물리적 몸을 통해 실제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기술이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변화가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경쟁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산업계 관점에서 조망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KAIST 장영재 교수,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 하나증권 박찬솔 연구위원, 마음AI 손병희 연구소장, 슈퍼브에이아이 이현동 부대표, 고국원 K&J로보틱스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영준 본부장, 노타 AI 김태호 CTO, 로브로스 박현준 이사, 서울대학교 박연묵 교수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각 연사는 피지컬 AI의 산업적 의미,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진화, 자율제조 구현 전략, AI 반도체와 엣지 지능, 로봇 개발 방법론 등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기조 발표하는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AI 기술 고문
특히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이자 한국AI·로봇산업협회 부회장은 ‘피지컬 AI 시대, 로봇-AI 융합이 바꾸는 산업’을 주제로 글로벌 경쟁 구도와 한국 제조업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고 전무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화면 속 언어와 이미지 생성에 머무르지 않고, 로봇이라는 몸을 얻어 물리 세계로 나오고 있다”며 “피지컬 AI는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새로운 운영체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전무는 피지컬 AI의 본질을 인식, 추론, 행동, 학습의 폐루프로 설명했다. 과거 산업용 로봇이 사람이 미리 정한 궤적과 프로그램에 따라 반복 작업을 수행했다면, 피지컬 AI 로봇은 카메라, 힘 센서, 촉각 센서, 작업 로그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구조다. 그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전략 차이를 짚었다. 미국은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 테슬라, 피규어 AI 등 빅테크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VLA 모델, 시뮬레이션 플랫폼, AI 반도체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유니트리, 유비테크, 애지봇 등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 가격 경쟁력, 빠른 현장 배치, 대규모 데이터 확보를 무기로 피지컬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고 전무는 “미국이 모델과 플랫폼의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면, 중국은 일단 만들고, 대량으로 배치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으로 학습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과 높은 로봇 활용 경험을 갖고 있지만,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공통 데이터 인프라, 실증 기반 배포 체계는 아직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고 전무는 제조 현장 특화형 임바디드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국가 로봇 데이터 공유체계 마련, 핵심 부품 자립화, 실증공장과 안전인증 패스트트랙, 반도체·로봇·SI·제조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연합 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멋진 로봇 영상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 안전하게, 싸게, 반복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한국은 제조 AX와 로봇 지능을 결합할 때 가장 큰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주제발표하는 K&J로보틱스 고국원 대표
이번 컨퍼런스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부분은 고국원 K&J로보틱스 대표의 AI 에이전트 기반 로봇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고속 개발 아키텍처 발표였다. 고 대표는 로봇 산업의 병목이 더 이상 하드웨어 제작에만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빠르게 배치하려면 서로 다른 하드웨어를 신속하게 통합하고, 검증하고, 현장에 배포하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자율주행 산업과 로보틱스 산업의 차이를 설명하며, 자율주행이 오픈월드 환경 검증 문제로 상용화 지연을 겪은 반면, 제조·물류 로봇은 공장과 창고처럼 비교적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은 다시 가장 현실적인 AI 산업화의 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로드(Claude)와 같은 AI 에이전트의 발전이 로봇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임베디드 개발은 데이터시트 분석, 레지스터 맵 매핑, C/C++ 기반 저수준 제어, ROS 노드 작성 등 수작업 비중이 컸지만, 최신 AI 에이전트는 하드웨어 사양서와 요구사항을 읽고 코드, ROS2 노드, 테스트 코드, 인터페이스 코드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다. 이때 인간 엔지니어의 역할은 단순 코더가 아니라 전체 구조를 설계하고 검증하는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로 바뀐다.
고 대표는 기존의 SDR을 소프트웨어 정의 로봇(Software Defined Robot)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피드 주도 로보틱스(Speed Driven Robotics)로 재정의했다. 고객 요구가 바뀌고, 하드웨어가 바뀌고, 현장 조건이 달라져도 로봇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것이 아니라, 설정 파일과 인터페이스, 모듈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로봇 동작 파라미터, 하드웨어 구성, 제어 조건, 미션 시나리오를 YAML, JSON, Protobuf 같은 선언형 설정 파일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가 제시한 핵심 공학 원칙은 추상화, 재사용성, 병렬화였다. 추상화는 상위 미션 로직이 특정 모터나 센서에 종속되지 않도록 HAL과 인터페이스 계층을 두는 것이고, 재사용성은 장애물 회피, 도킹, 충전, 경로 계획 등 검증된 기능을 모듈화하는 것이다. 병렬화는 하드웨어가 완성될 때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을 기다리지 않고, Mock 객체와 가상 드라이버를 활용해 하드웨어팀, 제어팀, AI팀이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이다.
그는 “계약 후 3개월 안에 납품하고, 현장에서는 1개월 안에 셋업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 현장에 가서 코딩을 시작하면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로봇 소프트웨어의 99%는 시뮬레이션과 테스트 환경에서 완성되어야 하고, 현장에서는 마지막 1%의 미세 조정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심투리얼(Sim-to-Real, 시뮬레이션에서 현실로의 전환) 테스트와 테스트 주도 개발, CI/CD 기반 자동 검증·배포 체계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로봇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역시 물리 하드웨어, HAL, 제어 계층, Robot Capability API, AI 계층, Application/Mission 계층으로 명확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코드를 생성하거나 리팩토링할 때 계층 구조가 흐트러지면 전체 시스템이 스파게티 코드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에이전트에게도 수정 가능한 범위와 계층을 명확히 제한해야 안정적인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피지컬 AI가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구조적 전환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고경철 전무의 발표가 피지컬 AI 시대의 글로벌 경쟁 구도와 한국 제조업의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면, 고국원 대표의 발표는 그 전략을 실제 로봇 개발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공학적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두 발표의 메시지는 하나로 연결된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로봇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장의 데이터를 모으고,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고, AI 에이전트로 개발 속도를 높이며, 모듈화된 소프트웨어 구조로 다양한 하드웨어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결국 한국 로봇 산업의 기회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제조 현장과 로봇 활용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에 피지컬 AI, 심투리얼, SDR 아키텍처, AI 에이전트 기반 개발 체계를 결합한다면 미국의 모델 중심 전략과 중국의 양산 중심 전략 사이에서 독자적인 제조 로봇 지능화 노선을 만들 수 있다.
이번 ‘2026 피지컬 AI 산업 전망 컨퍼런스’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피지컬 AI는 이제 구호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이며, 한국 제조업의 다음 경쟁력은 로봇과 AI,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 현장 데이터, 시뮬레이션과 실제 배치를 하나의 폐루프로 연결하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경일 기자 robot@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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