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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국영 ‘휴머노이드 트레이닝 센터’를 가다

로봇신문사 2025. 4. 28. 15:02

 

 

 

▲ 국내 로봇 기업인 및 연구자들로 구성된 ’2025 중국 상해 로봇기업 방문 및 휴머노이드 생태대회 참관단’이 ‘휴머노이드 로봇 상하이 유한공사(人形机器人上海有限公司)’ 직원으로 부터 현장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전승민 기자)

 

[취재=중국 상하이] 로봇신문은 중국 상하이 지역에 자리한 ‘상하이자동차전시장’에서 25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2025 중국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생태대회-지능형 로봇과 미래기술전’에 맞춰 국내 로봇분야 기업인 및 연구자들과 함께 ’2025 중국 상해 로봇기업 방문 및 휴머노이드 생태대회 참관단’을 구성했다. 24일부터 나흘간 중국 로봇산업의 변화를 알아 보기 위해서다.

 

참관단은 푸동 국제공항을 거쳐 상하이에 도착한 첫날 24일 오후, 가장 먼저 ‘휴머노이드 로봇 상하이 유한공사(人形机器人上海有限公司, 이하 유한공사)’를 찾았다. 중국정부가 2023년 상하이에 설립한 국영기업으로, 운영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여겨진다. 첫째는 자체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보급하는 일. 둘째는 이 회사 사옥 7층과 8층에 자리한 ‘국가 지방 공동 구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国家地方共建人形机器人创新中心, 이하 혁신센터)’를 운영하는 일이다. 이곳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로 테스트하며 다양한 데이터를 쌓는 전문 센터, 이른바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센터’가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업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해 표준화된 데이터 세트 등을 얻기 위한 시설이다. 미국의 경우 테슬라 등의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이 같은 센터를 운영 중이나, 국가가 나서 여러 종류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는 훈련센터를 설립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혁신센터 설립과 운영은 중국 정부와 상하이 지방정부, 그리고 여러기업들의 공동출자를 통해 이뤄졌다.

 

유한공사 측은 이날 한국 참관단을 위해 이곳 훈련센터 일부를 공개했다. 보안 관계상 7층 훈련장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8층 훈련장 전체를 공개했다. 다만 사진촬영은 금지됐다.

 

‘칭룽’ 필두로 다양한 로봇 투입

 

 

▲ 로봇 칭룽(青龙)의 모습. ‘휴머노이드 로봇 상하이 유한공사(人形机器人上海有限公司)’가 개발한키 185cm의 대형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한공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칭룽(青龙, 청룡)이다. 전시관 홀 부분에 1대를 전시하고 있었으며, 전시 공간 내부에도 몇 대를 세워 두고 있었다. 칭룽은 2024년 7월 ‘2024년 세계인공지능컨퍼런스(WAIC)’에서 중국이 처음 선보인 모델로, 키 185㎝, 무게 80㎏의 대형 로봇이다. 전신에 43개의 자유도(관절)를 지원한다. 초당 1m의 속도로 보행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날 안내를 맡은 ‘류 웨이루(Liu weilu)’ 유한공사 직원은 “100% 중국산 부품만으로 만들어졌으며 공급처 중에는 알리바바, 화웨이 등의 대기업도 있다”면서, “아직 일반 대중에게 판매하지는 않고 있으나 대학 등에서 연구용으로 수요가 상당히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가는 약 100만위안(약 1억 9700만원) 내외다.

 

8층 훈련장에선 실제로 로봇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어 ‘잘 전시된 쇼룸’ 같은 느낌이 묻어났다. 보안이 필요한 중요 훈련은 7층에서 주로 시행하고, 8층 공간은 제한적으로 활용하며 외부 방문자 등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현재 이 훈련센터에 동원된 칭룽은 20대. 유한공사 측은 이 밖에 다양한 기업에서 저마다 휴머노이드를 공급하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애지봇(AGIBOT, 智元机器人), 푸리에(FOURIER, 傅利叶), 상하이일렉트릭(Shanghai Electric, 上海电气) 등 10개 기업 102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다양한 회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저마다 개발하며, 그때마다 데이터를 수집해야하는 비효율성을 줄이고, 나아가 통일된 데이터 표준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여러 로봇이 훈련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도 마련돼 있었다. ‘오픈룽(Open Loong)’이란 이름의 이 플랫폼은 4단계 오픈소스 형태로 준비돼 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는 이곳을 거쳐 중국 전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받아 볼 수 있다.

 

中 개발 휴머노이드 로봇 다수 활용 중… ‘원전 열교환기 청소 기능’도 실험 중

 

 

 

▲ 국가 지방 공동 구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国家地方共建人形机器人创新中心)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자동차 생산 작업을 실험하고 있는 모습. 해당 훈련시설은 현재 방문객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혁신센터 출범 당시 공개된 것이다.

 

가장 먼저 일반 사무공간처럼 책상과 의자 등으로 꾸며진 구역을 볼 수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무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 옆으로 경사로나 계단, 흙밭 등을 설치해 로봇의 험지 보행 역량을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류 웨이루 직원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가상공간과 현실에서 동시에 실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조금 더 이동하자 식당 주방과 같이 꾸며진 공간도 볼 수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실험하려는 공간이다. 류 웨이루 직원은 “이 실험 공간을 만들 때 중국의 유명 마라탕 업체에서도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8층 훈련센터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원자력 발전소 투입용 휴머노이드 개발인 것으로 보였다.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린 커다란 원통형 구조물 앞에, 두 다리가 아닌 바퀴로 이동하는 낯선 휴머노이드가 여러 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전에 들어가는 ‘열교환기’를 사람이 아니라 휴머노이드로 청소하기 위한 기능을 테스트 하기 위한 시설이다. 유한공사와 상하이 지역 전기 및 에너지 기기 업체 ‘상하이 일렉트릭(Shanghai Electric, 上海电气)’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로봇이다. 실제로 상하이 일렉트릭은 이곳 훈련센터 건립 과정에도 적잖은 지분을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한 편에는 마치 병원 공간과 비슷하게 꾸민 ‘헬스케어 실험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중국 푸리에인텔리전스에서 만든 제조용 휴머노이드 로봇 ‘GR-1’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노임 돌봄 목적으로 환자를 케어하고 일부 감정소통도 할 수 있는 기능도 실험 중이라는 것이 유한공사 측의 설명이다. 그 옆쪽으론 여성형 안드로이드(인간과 흡사한 외모를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도 서 있었다. 다만 아직 실험에 투입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인간과 흡사한 모습의 로봇이 환자와의 감성교류에 더 유리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이밖에 로봇 축구대회에 대비하기 위한 간이 로봇축구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세계적 로봇 축구 대회 ‘로보컵’의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 리그가 별도로 열리는데, 그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실력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류 웨이루 직원은 “이 공간만큼은 로봇 훈련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축구대회 출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올해 7월 열리는 브라질 로보컵 출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지난 해에는 중국 저장대(浙江大, 한국명 절강대) 중심으로 팀을 꾸려 출전해 6위를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은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열릴 것을 보고 전방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24 세계인공지능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7억 6000만위안(약 5425억 원)에 달한다. 올해인 2025년엔 53억 위안(약 1조418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센터를 둘러본 한국 참관단 사이에선 ‘한국에서도 이만한 기반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기업인 참가자는 “언론 보도를 접할 때는 이곳 훈련센터의 규모나 시설이 엄청나게 클 것처럼 생각됐었는데, 실제로 보니 우리도 충분히 마련할 만한 규모”라면서, “한국도 휴머노이드 산업에 뒤처져선 안 되는 만큼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내 로봇 기업인 및 연구자들로 구성된 ’2025 중국 상해 로봇기업 방문 및 휴머노이드 생태대회 참관단’의 모습. ‘휴머노이드 로봇 상하이 유한공사(人形机器人上海有限公司)’ 방문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전승민 기자)

 

상하이=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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