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처럼 단단하고 스티로폼처럼 가벼운 첨단 신소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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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연구진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새로운 ‘나노 격자 구조 FESEM 이미지와 버블 위에 얹혀진 구조물’을 개발했다. 강철만큼 튼튼하면서도 스티로폼처럼 가벼워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기계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KAIST)
첨단 산업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노 구조를 활용한 초경량 고강도 소재가 새롭게 개발됐다. 로봇, 항공, 모빌리티 등 다양한 기계 산업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팀은 캐나다 토론토대 토빈 필레터(Tobin Filleter)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높은 강성과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경량성을 극대화한 나노 격자 구조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격자 구조의 지지대(보: beam) 형상을 최적화해, 경량성을 유지하면서도 강성과 강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새롭게 찾아냈다. 연구팀은 ‘다목적 베이지안 최적화(Multi-objective Bayesian Optimization)’라는 방법론을 활용했다. 여러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인공지능(AI) 학습 등에 적용할 경우 데이터의 양이 크게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한-캐나다 공동 연구진은 이 방법을 활용해 인장 및 전단 강성 향상과 무게 감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최적 설계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적은 데이터(약 400개) 만으로도 최적의 격자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해 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열분해 탄소(pyrolytic carbon: 높은 온도에서 유기물을 분해해 얻는 탄소 물질로, 내열성과 강도가 뛰어나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라는 특수 소재를 활용, 나노미터(10억 분의 1 m) 단위에서 크기가 작아질수록 기계적 특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극대하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초경량·고강도·고강성 나노 격자 구조를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인 것이 ‘이광자 중합(2PP, two-photon polymerization)’이라 불리는 기술이었다. 복잡한 나노 격자 구조를 제작하려면 고도로 정밀한 제조기술이 필요한데, 이광자 중합 기술은 레이저빔의 파장을 이용해 정밀한 가공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를 더욱 발전시킨 ‘멀티포커스 이광자 중합(multi-focus 2PP)’ 기술을 적용해 나노 단위 가공의 정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크기의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렇게 만든 나노 격자 구조 물질은 기계적 강도가 강철에 버금 갔다. 그럼에도 무게는 스티로폼 수준으로 낮아 고강도와 경량성을 동시에 나타냈다.
유승화 교수는 “기존 설계 방식의 한계로 지적되던 응력 집중 문제를 3차원 나노 격자 구조를 통해 혁신적으로 해결했다”면서 “초경량성과 고강도를 동시에 구현한 신소재 개발에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2025년 1월 23일 게재됐다. 제1 저자는 KAIST 여진욱 연구원과 토론토대 피터 설레스(Peter Serles) 연구원이 공동으로 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다상소재 혁신생산공정 연구센터 과제(ERC사업)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M3DT(의료기기 디지털 개발도구) 과제, KAIST 국제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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