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oC 2025](초청강연②) “로봇 기술로 현실-가상 연결”

▲ 14일 오후 제20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초청강연 강사로 선 연수용 네이버랩스 리더가 자사에서 개발한 로봇팔 엠비덱스(AMBIDEX)의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전승민 기자)
12일부터 4일간 진행된 제20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 2025)의 백미는 국내 정상급 로봇기술 전문가들이 펼치는 ‘초청강연’이다. 행사 마지막 날인 14일에도 총 4회의 초청강연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이날 발표에선 로봇 기술과 가상현실의 접목을 위한 기술이 다수 소개됐다. 이날 진행된 주요 발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연수용 네이버랩스 리더, 로봇을 위한 AI와 디지털 트윈

▲ 연수용 네이버랩스 리더가 14일 오후 제20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전승민 기자)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네이버’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네이버 로봇 개발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도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바라본다. 연수용 네이버랩스 리더가 이날 오후 진행된 초청강연 연사로 나서 네이버의 로봇기술 발전 전략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이버랩스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클라우드 기반’이라는 점이다. 로봇에는 최소한의 하드웨어만 남겨두고 서버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연수용 리더는 “많은 로봇을 동시 제어하기 쉽다”면서 “연산량이 많아지면 전력효율도 나빠져 로봇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런 문제가 없고, 고성능 컴퓨터를 넣지 않아도 되므로 소형 로봇의 성능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네이버랩스의 전략을 ARC(멀티로봇인텔리전스시스템, AI·Robot·Cloud)라고 부른다. 과거 ‘어라운드’란 이름의 코드로 개발한 ‘루키’ 로봇이 대표적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라이다(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뺐다. 이미 네이버 사옥 ‘1784’에 로봇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1784란 이름은 네이버 사옥의 주소이자,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해를 의미한다.
연 리더는 “루키는 네이버 사옥 건물 전체를 스캔하고, 29개층 1만 ㎡에 대한 데이터를 가상현실로 만든 ‘디지털트윈’ 개념 아래서 움직인다”며 “이 기술이 지도개발, 새로운 내비게이션 개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연 리더는 네이버랩스가 한국기술교육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팔 엠비덱스(AMBIDEX)에 대해 소개하며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햅틱디바이스’를 통해 인간의 동작을 따라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며 “그 결과 지금은 그림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안효성 광주과기원 교수, Distributed formation control: From rigidity theory to implementations
수많은 드론이 하늘을 수놓는 ‘드론 쇼’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복수의 로봇을 제어해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로봇 기술 분야를 흔히 ‘군집 로봇’이라고 부른다.
이 분야 전문가인 안효성 광주과학기술원 기계로봇공학과 교수도 이날 초청 강연자로 나섰다. 안 교수는 천문대기과학과 학사, 천문우주학과 석사를 거쳐 전기공학 석박사를 다시 취득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치며 비행체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새들은 하늘을 날아다닐 땐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무리를 지어 날아간다. 개체마다 자유롭게 이동하면서도, 그 행동이 하나로 어우러져 무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창발적 군집행동’ 현상이 일어난다. 이 같은 현상을 포함해 다양한 군집 비행 과정을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정립하고, 이를 무인 비행체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 안 교수의 연구 주제다.
안 교수는 이날 여러 개체의 상호작용을 계산할 수 있는 다양한 학문적 이론을 일일이 수식과 함께 소개했다. 그는 여러 비행체가 하늘을 날아갈 때 서로를 연결한 말단부를 ‘에지(Edge)’라고 불렀는데, 이런 에지의 수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군집 이론의 변화를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른바 ‘분산편대 제어이론’은 잘 정립된 다개체시스템 학문 분야”라면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성욱 KIST 연구원, Bridging Perception with Robot Manipulation

▲ 양성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14일 오후 제20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전승민 기자)
로봇의 존재 가치는 ‘일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만큼 다양한 일을 자유롭게 해 낼 수 있는 로봇은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로봇을 만들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양성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강연에서 ‘로봇이 일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양 연구원은 먼저 수술용 로봇 개발 사례를 소개했다. 사람이 직접 손에 도구처럼 드는 형태, 이른바 ‘핸드헬드(Handheld)’ 방식의 의료용 로봇도 많이 있는데, 양 연구원 역시 이 분야 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 사람의 눈 속 ‘망막’ 치료에 사용하는 레이저 수술 도구 형태의 로봇을 개발한 바 있는데, 이 로봇은 들고 있으면 빛으로 수술 위치를 지정해 주는 등, 수술을 돕는 기능을 제공한다.
양 연구원은 “안과용 로봇에 이어 난치성 뇌종양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로봇도 개발한 바 있다”면서 “내장된 현미경의 초점을 잡는 기능, 힘 조절(Force Control) 기술을 통해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필요한 동작만을 수행하는 기능을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또 양 연구원은 콧속에 면봉 등을 넣어 검체를 치료하는 로봇을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의료용 로봇은 꼭 건드려야 할 인체 부위에 정확하게 접근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신경 등의 손상 없이 이를 정확하게 수행하려면 다양한 인공지능(AI) 학습, 이미지 추적 등 기술을 동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양 연구원은 ‘사람처럼 다양한 일을 잘하는 로봇의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로봇 손으로 물병을 집어 올린다고 할 때, 같은 물병을 잡더라도 그때마다 조건이 다 다르다. 안에 든 물의 양이 달라지면 힘의 작용, 무게 등이 수시로 바뀐다. 사람은 이런 물병을 자연스럽게 집어 올리지만 로봇에겐 이 모든 과정을 학습해 주어야 한다. 양 연구원은 “이른바 ‘비전 랭귀지’ 모델을 생성해서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대표적 대화형 AI인 챗GPT의 기능을 로봇 손 제어에 응용한 ‘핸드GPT(HandGPT)’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성문 원자력연 연구원,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 시설 해체를 위한 로봇 및 AI 기술

▲ 주성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이 14일 오후 제20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전승민 기자)
모든 시설물은 수명이 있다. 원자력발전소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수 많은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또 계속 새롭게 지어지고 있다. 따라서 원전 해체 시장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원전의 안전한 해체를 위해서 로봇을 이용하려는 건 매우 당연한 접근이다.
제20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의 마지막 초청강연 순서는 원전 해체 로봇 전문가인 주성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주 연구원은 “원전 해체는 10~20년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라며 “흔히 볼 수 있는 작업용 로봇팔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거대한 구조물을 새롭게 설치하는 식의 대형 로봇이 많다”고 소개했다.
원전 해체 로봇은 요구 기능은 상당히 많다. 방사선 대비기능이 기본적이다. 또 원자로 등은 높은 방사선을 막기 위해 물속에 담가 두는 일이 많기 때문에, 물 속에서 원자로를 그대로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방수 기능’이나 ‘수중 레이저 용접’ 기능도 필요하다. 거대 시설을 해체하는 것이므로 고출력 대형 로봇으로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로봇은 개발 과정 역시 일반 로봇과 다르다. 실제 원전 내부에 로봇을 설치하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성능을 점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상현실(디지털 트윈) 환경을 통해 1차적으로 로봇을 개발할 필요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작업 대상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이미지 3차원(3D) 스캐닝 기능도 요구된다.
주 연구원은 “거대 원전 내부 데이터를 다양한 센서로 촬영하고, 이를 합쳐서 가상현실 내부에서 완성해야 해야 하므로 코끼리 다리 만지고 전체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 든다”면서 “이렇게 만든 데이터는 실제와 약간의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AI 기능 등을 통해 이를 보정하는 기법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또 “절단 과정에서 생기는 화염이나 공기방울 때문에 작업이 정확히 되고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려워 음파감지식 확인 기술을 새롭게 개발해야 했다”면서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학습을 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수고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원전 해체 로봇 이외에도 재난 대응 로봇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원자력연의 로봇 연구에도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저작권자 © 로봇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