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로봇 안전 문제, 가야 할 길 아직 멀다"

로봇신문사 2024. 2. 29. 10:46

 

 

 

▲ 경희대 기계공학과 임성수 교수가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7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첨단로봇 사용자발전 및 안전혁신 포럼에서 임성수 경희대 교수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 협동 과연 안전한가?'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로봇 사용 국가로 로봇사용밀도가 세계 최초로 4자리 숫자인 1012대다. 중국 로봇 밀도는 392대다. 중국은 향후 3년 내에 이것을 2배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이 열심히 로봇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나라 모두 제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20% 후반대의 제조업 산업 비중을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제조업의 경쟁이 심화되면 될수록 로봇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기준으로 27위다. 부가가치가 굉장히 낮은 노동을 하고 있다. 한국은 OECD 중에서도 부가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이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이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왔는데 그중에 하나가 로봇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는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좋은 로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때가 한국에서 로봇 붐이 큰 규모로 일었던 첫 번째 웨이브였을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2010년 부터는 '로봇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로 관심이 바뀌었다. 상품으로서의 로봇에서 로봇을 사용한 서비스, 사용 중심, 응용 중심으로 바뀌었다. 규제 샌드박스도 나오면서 이제 산업이 돌아가게 되었다. 두 번째 웨이브가 최근에 일어났다. 첫 번째 웨이브와 두 번째 웨이브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첫 번째 웨이브는 메이커들만의 잔치였고, 두 번째 웨이브는 사용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로봇을 만들어 달라기 시작했다. 왜 메이커에서 사용자로 바뀌었나? 메이커들이 로봇 만들어서 얻는 부가가치보다 로봇을 사용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개가 잘 고리를 만들어 돌아가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특히 세계 1위 밀도의 로봇 사용 국가에서는 로봇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부가가치 면에서 뛰어나다. 이것을 제일 잘하고 있는 나라가 역시 일본이다. 메이커도 최고지만 SI 업체가 로봇 사용자들을 도와주는 산업은 어마어마하다. 전시회에 가보면 메이커 전시관보다 로봇 SI 업체 전시관이 훨씬 더 크다.

 

최근 들어 로봇의 사용 패턴에 커다란 혁신이 일어났다. 그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한채 그냥 조그마한 로봇 하나가 나왔네 정도였다. 전통적인 로봇 사용 방식은 로봇 공간과 사람의 공간이 완전히 분리 되어 있었다. 원천적으로 사람과 로봇의 접촉을 막아 근본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추세였는데 2013년도에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형태의 로봇이 나왔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과연 로봇과 인간이 공간을 공유하는 협동 작업의 시작 이후에 우리가 얼마만큼 혁신을 이루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한국 입장에서는 조금은 답답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규제하고도 연결돼 있고 한국 사회의 안전에 대한 준비성과도 관련있다. 10년 전에는 이것을 협동 로봇이라고 불렀다. 인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작업하는 로봇. 새로운 제품이 나와 이것을 만든 업체가 굉장히 히트를 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협동 로봇이라는 것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협동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 즉 유즈(Use)의 혁신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협동 로봇이라는 말대신 협동작업, 협동응용이라고 부른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도 협동 작업에 쓰면 협동 로봇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 협동응용을 위해 필요한 기능이 뭐가 있는지 파악해서 그것만 갖춰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유즈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제품 관점의 시각에서 서비스 사용 관점의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보니 조금 더 본질적인 내용들이 보여진다. 협동응용 로봇이 펜스 바깥으로 나왔다. 산업 현장에서 서비스 영역으로도 퍼지고 전 영역으로 퍼지려고 한다. 이 물꼬를 빠르게 텄던 배경이 코로나 사태였다.

 

코로나가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을 끌어올려 주었다. 로봇을 보는 것이 사람을 보는 것보다 반갑다 보니 시장이 터지면서 로봇을 사용하자는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실마리는 사실 2013년도에 펜스 바깥으로 로봇이 나와도 된다는 인증을 받았을 때다. 이게 왜 독일에서 먼저 시작됐나 보면 독일이 세계 표준 업계를 주도하고 안전 산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바깥에서 사용해도 된다고 인증을 한 것이다. 그 다음 이것이 산업계에서는 모바일 매니플레이터로 갔다. 고정식 매니플레이터보다 작업 영역이 거의 무한대로 확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AI가 여러 가지 기능들을 부가하고 있다. 비전의 성능을 높이고 판단의 성능을 높이고 사람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모듈들이 완성됐다. 최근에는 엘런 머스크가 "전기자동차 다음은 휴머노이드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한국의 대기업들도 자극받아 열심히 로봇 쪽에 뛰어들고 있다. 드디어 로봇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로 들어간 것 같다.

 

안전 펜스가 무너지는 순간 이제 로봇은 우리들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로봇과 스페이스를 셰어링 할 수 있을까, 세이프 투게더 할 수 있을까, 정말 성능과 안전을 다 확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물어보면 준비가 안되어 있다. 안전한 자동차와 안전한 운전은 다른 개념이다. 아직도 정부 문서에 보면 로봇과 로봇시스템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로봇이 안전하다고 해서 로봇으로 구성되어 있는 로봇 시스템이 안전하냐는 다른 것이다. 로봇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기능들이 갖춰진 로봇이 안전한 로봇이다. 그 기능들을 잘 사용해야만 로봇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게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 개념이 혼란스러운 사례들을 많이 본다. 같은 로봇이라도 어떤 응용, 어떤 어플리케이션에 쓰느냐, 어떤 도구를 들고 작업을 하느냐,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위험성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것을 간과하는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과거에는 펜스를 쳐놓고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로봇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자동차가 바깥에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흉기가 될 수도 있고 유익한 기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이 준비가 되어 있나 보면 아닌 것 같다. 이 기회에 로봇과 로봇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어떻게 구분하는지 이해했으면 좋겠다. 로봇이라는 것은 불완전한 기계다. 로봇만 가지고는 유용한 일을 할 수가 없다. 로봇에 도구가 붙고 도구로 작업을 하는 이 모든 로봇을 제외한 모든 주변 기기들을 합쳐서 로봇 시스템이라고 한다. 로봇이 안전하다와 로봇 시스템이 안전하게 구축했다는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그래서 로봇에 대한 안전 요구 조건 문서가 있고, 로봇 시스템 즉, 로봇 사용에 대한 안전 문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펜스 바깥으로 로봇이 나오면서 안전 이슈가 복잡해졌다. 그러다 여러 대안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접촉(Contact) 이슈가 발생한다. 사람과 로봇이 부딪힐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공장에서도 그렇고 서비스 현장에서도 이제 로봇과 사람이 부딪힐 수 있다. 부딪히고 싶지 않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접촉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의도된 접촉도 있을 수 있지만 의도 되었거나 의도 되지 않았거나 접촉과 충돌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것인가 고민스럽다. 표준을 개발 연구하는 집단에서는 협동 작업의 상황을 네 가지로 나눠놓고 위험성을 각각 분석해 그 위험성을 어떻게 하면 낮출 것인가,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들에 대해 나열을 해놨는데 그걸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고민이 안 돼 있는 상황이다.

 

로봇을 펜스 바깥에서 쓰고 싶지만 어떻게 써야지 하는 고민들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최근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사람과 로봇의 접촉으로 인해 사람이 받는 통증에 대한 생체연구를 시작했다. 내가 있는 경희대 연구실에서도 국가 과제 지원을 받아 사람 대상으로 찌르는 실험을 했다(물론 윤리 허가를 받음). 그래서 신체 29개의 부위별로 힘과 압력이 어느 정도 돼야지 허용이 된다라는 게 최초로 나왔다. 이것이 기계와 사람의 접촉을 허용하는 최초의 문건이다. 이 기준을 중심으로 사람과 로봇 사이에 힘과 압력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생체적 허용치를 넘지 않도록 하는 충돌은 허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국제표준기구에서도 인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 제가 연구를 오래 했다. 표준을 만들어 보니 이것을 어떻게 허용할까 고민이었다. 그런데 어느 학생이 센서를 들고 얼마나 세게 맞아야 아픈지 테스트를 했다. 원시적이었지만 이후 우리 연구실에서 세계 최초로 충돌/접촉 시험장치를 만들어 여러 로봇 업체들도 도와주고 팔기도 했다. 그러다 정부 지원을 받아 로봇 공학, 동력학 등 모든 아이디어를 넣어 충돌모델기반 인증 방법을 개발해 충돌 시험 안 하고도 충돌 시험 결과와 유사한 힘과 압력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로봇을 바라볼 때 성능만 바라봤는데 안전이 없이는 제품화가 불가능하다. 한국의 안전 인증과 관련된 현실을 보면 국제 표준에서부터 시작해 국가 표준과 법규를 만들고 법규 위에 인증 제도 만들고 안전성을 인증한다. 이 단계마다 위원회가 만들어져 시간이 걸리고 싸움이 벌어지고 시간 지연이 된다. 관련 부서간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협동 로봇이 펜스 없이 로봇을 사용하기 위해서 밟아야 되는 인증 체계를 보면 4~5년 동안 시간을 들여 만들어 작동하기 시작했는데 업체나 사용자들이 너무 복잡하다고 해 지금은 자가 적합성 선언을 하도록 해 주었다. 기업이 알아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해야 할 일을 안 해도 되니까 선언만 하세요라고 오해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미국이나 EU는 표준이 만들어지면 법 체계에 들어온다는 전제하에서 표준을 만든다. 그래서 표준이 완성되는 순간 법으로 자동 진입되면서 그 표준을 만족하면 인증이 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굉장히 줄어들 수 있다. 로봇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산업 전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한국이 이 체계를 따라가는게 너무 힘들다. EU나 미국도 3자 인증이라는 개념을 오래전부터 쓰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자가 적합성 선언을 할때 갖춰야 될 문서를 다 갖춰놓고 선언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걱정스럽다.

 

생산성 (성능)과 안전성을 놓고 보면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위험성을 더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부가가치를 더 늘리려면 위험성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위험성은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다. 위험성을 무시할까? 위험성을 감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되나? 지금 새로운 유즈 케이스가 나오면서 이런 고민들이 더 늘어나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위험성을 무시하려고 한다. 유럽이나 선진국은 위험성이 해결이 안 되면 제품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즈 케이스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매주, 매달 새로운 로봇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안전 기술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안전 지능 쪽에도 들여다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로봇 안전 관련해서 우리가 할 일들이 아직 많이 있다.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자동차안전연구원처럼 로봇 시대를 맞아 로봇안전기술연구센터 같은 기관 설치를 우리나라도 이제 고민해 보면 좋겠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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