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이 활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로봇업계에 불고 있는 창업 열풍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레인보우 로보틱스를 비롯해 에이딘로보틱스, 코가플렉스, 이지엔도서지컬 등의 로봇 기업들은 학교에서 평생 연구에 몸 담았던 대학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설립한 대표적인 창업기업이다.
연구실에서의 우수 기술이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쉬워 지도교수와 창업 결심
에이딘로보틱(AIDIN ROBOTICS)라는 이름은 연구실에서 십여년동안 개발해 온 4족 보행 로봇 AiDIN 시리즈에서 따왔다. AiDIN은 Artificial DIgitigrade for Natural Environments의 약자로 자연환경에서 보행가능한 인공생명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중의적인 의미로 AI-driven Sensors and Robotics System이라는 기업 비전을 뜻하기도 한다.
이윤행 대표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는 성균관대 최혁렬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하면서 연구실에 있는 우수한 기술들이 연구실에서만 연구되어 끝나 버리는게 너무 아쉬워서다. 이 대표는 이러한 국산 기술이 산업에 많이 보급되고, 여러군데 적용된다면 효과적인 사업화가 가능할 것 같아 박사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지도교수인 최혁렬 현 공동대표에게 같이 사업을 해 보시자고 제안했다. 제안을 받은 최 교수는 제자의 뜻을 흔쾌히 수락해 지금의 에이딘 로보틱스가 태어나게 되었다. 2019년 11월 21일 회사가 설립되고 공동 창업자로 같이 최 교수 연구실에서 센서 원천 기술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은 김용범 박사(현 연구소장), 이현용 박사과정 연구원과 같이 4명이 벤처의 길로 들어 서게 된다. 1987년생인 이윤행 대표는 학부에서는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하고 성균관대에 석사 입학하면서 기계공학을 하게 되었다. 박사학위는 로봇 분야에서도 4족 보행 로봇을 전공해 학위를 받았고, 이현용 박사과정 연구원은 4족 보행 로봇 제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흐른 지금은 이 인원에 추가로 박사급 1명이 보강되었고, 인턴으로 학부 학생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취재를 간 날, 같은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 한 명이 채용 절차가 끝나 새로 에이딘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는 박사급 고급 연구인력만 6명이 근무하고 있는 우수기업이다.
창업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기술 스타트업이지만 로봇시스템과 센서 부문에서 벌써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1995년 부터 연구실 차원에서 필드 센싱 기술을 통해 사람과 로봇이 함께 안전하게 작업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해 왔기 때문에 지금은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 때문에 지난 7월 퓨처플레이, 신한캐피탈, 산은캐피탈과 같은 국내 유수 벤처 캐피탈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인터렉션 센싱의 선구자 '에이딘 로보틱스'
현재 에이딘로보틱스는 3개의 앞선 필드 센싱(Field Sensing)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필드센싱 기술인 메소 스케일(Meso-scale)의 변화를 감지해 작업자와 충돌 없이 미리 회피하거나 멈출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의 듀얼모드 근접(Dual-mode Proximity)/접촉 센서(tactile Sensor) 기술, 마이크로 스케일(Micro-scale)의 변화를 외부의 충격이나 환경변화에 상관없이 정밀하게 감지하는 측정기술, 단순화된 공정을 통해 염가에 제작가능한 다축 힘/토크(Multi-axis Force/torque) 센서 기술이 그것이다.
듀얼모드 근접·접촉 센서는 자동화된 공정라인에서 작업자와 로봇 간의 충돌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근접센서는 자동화된 로봇이 작업자를 인지하고 회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충돌하기 전에 로봇이 알아서 회피할 수가 있다. 촉각센서는 직접 교시 시에 편하게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힘/토크 센서는 물체 간에 상호작용하는 힘을 측정하는 센서로, 기계항공, 바이오메카닉, 자동차, 공장자동화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변화가 빠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요즘에는 생산라인 변경에 용이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협동 로봇 공장이 대두되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의 힘/토크센서는 외부 충격에 강인하여 내구성이 보장되며, 3축 힘과 3축 모멘트 모두 측정이 가능한 6축 힘/토크센서다. 별도의 측정장비와 증폭기 없이 간단한 연결로 6축 힘/토크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이 초소형 6축 힘/토크 센서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 10mm 밖에 되지 않는다. 센서류 이외에도 에이딘로보틱스는 최근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물처럼 다리를 이용하여 걸어다니는 4족 보행로봇 ‘에이딘(AiDIN)’도 보유하고 있다. 걸어다니는 로봇, 바퀴형 로봇이 극복할 수 없는 지형을 이동할 수 있는 장점으로 라스트 마일 배송로봇, 스마트 시티, 방범로봇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에이딘 로봇은 토크센서를 탑재해 지면의 반발력를 측정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액추에이터를 제어하는게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엘레베이터의 버튼를 누르거나 짐을 옮기거나 차를 끄는 등 다른 사물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라이더(LiDAR), 비전 카메라, 그리고 다양한 측정장비를 탑재해 영상을 촬영하거나 데이터 수집을 하는 등 여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센싱 기술과 4족 보행 로봇 매출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최소 20억의 매출 목표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제품 생산은 외주업체에서 하고, 에이딘 로보틱스는 캘리브레이션과 패키징, 소프트웨어를 넣어 공급하고 있다. 하드웨어 센서만으로는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 충돌 감지를 하거나 힘을 콘트롤하려면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드웨어적인 센서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조한다.
협동 로봇이나 산업용 로봇 암(Arm)에 필요한 모든 센서와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봇용 충돌·근접감지 안전센서 제품 같은 경우 현재는 유니버설 로봇의 UR10, 뉴로메카 인디7에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어 있고, 현재 다른 로봇 제품도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센서 제품에서는 다축 힘/토크 센서 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고, 그 다음이 초박형 토크센서이며, 근접/접촉 안전 센서는 아직 매출이 크지 않다.
에이딘 로보틱스 센서 제품의 강점은 어디에 있을까? 현재 전세계적으로 판매가 가장 많이 되고 있는 힘/토크센서는 천만원대 ATi 제품이다. 이 대표는 “에이딘 센서는 처음부터 양산화가 가능하게 되어 있어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ATi 센서는 작동하러면 10여개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는 하드웨어 기구부와 PCB 결합하고 캘리브레이션만 하면 된다. 우리 센서가 좀 더 양산에 적합한 모듈로 되어 있고, 성능도 우수하기 때문에 경쟁에서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기격 역시 에이딘이 목표로 삼았던 것은 경쟁사 대비 10분의 1에 수준에 공급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30% 수준이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루어 지고 양산이 시작되면 10분의 1 수준까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수한 성능의 센서를 아주 낮은 가격에 공급하다 보니 시장 반응은 꽤 호의적이라는 평가다. 가격이 더 낮아지면 로봇 그리퍼 등 다양한 분야에도 활용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돌이나 근접감지 센서는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같은 모빌리티 제품에도 쓸 수 있다. 자율자동차의 경우 라이다와 초음파 센서를 주로 사용하지만 아주 가까이에서는 센싱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최 대표는 근거리 센싱을 할 수 있는 제품은 에이딘 제품 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재 센싱 제품 비즈니스는 이제 시작이지만 국내 보다는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격도 좋으면서 성능까지 우수한 제품을 고민하고 있다. 센서에 스마트한 기능을 넣는 것인데 딥러닝이나 AI(인공지능) 같은 기술을 접목해 진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본격적으로 아직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현재까지 수주 받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벅차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센서 기술을 적용한 4족 보행 로봇으로 주목
센서 이외에도 에이딘로보틱스는 야심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바로 4족 보행 로봇이다.
에이딘이라는 이름의 4족 보행 로봇은 현재 고객들의 요구로 판매를 시작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스폿 로봇 처럼 양산 제품은 아니라 아직 한 대씩 대응을 하다 보니 가격은 1억 5천만에서 2억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9천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니 거의 두배에 가까운 높은 가격이다. 에이딘 4족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은 감속기를 포함해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6축 로봇은 매니퓰레이터가 6개인데 4족 보행 로봇은 12개로 되어 있어 들어가는 부품도 많고, 로봇이 걸어다녀야 되기 때문에 최대한 경량화도 해야 되고 정확한 제어도 필요해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이번 로보월드에서도 로봇을 구매하고 싶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전부 대응이 어려워 현재 일부만 대응하고 있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해 로봇 분야의 대외, 특히 대일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 대표는 얼마전 로봇부품 기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하모닉 드라이브 같은 로봇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의 비상식적인 영업 방법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일본 기업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 개발 업체가 얼마에 제품을 판매하는지 조사한 후 그 가격보다 30% 더 낮은 가격에 거래처에 제안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부품 기업의 싹을 없애버린 후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해 국내 부품 시장을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이 대표는 이번 로보월드 기간에 열린 총리 주재 기업 현장 간담회 때 그 이야기를 하면서 소부장 관련해 국산화 기술들을 계속 유지하고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와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총리께서도 소부장 사업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더 증액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센서 시장에서도 일본 기업들에게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 나고 있지만 우리는 자신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감속기 시장처럼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실제 창업을 해보니 제일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교수님 밑에서 연구만 했을 때 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연구만 신경썼는데 지금은 인원이 몇 명 되지 않는데도 회사 운영 관련해 내부도 신경써야 되고, 외부 고객을 만나 영업도 해야 되고,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이나 트렌드 파악, 세금이나 회계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 조금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서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사용해 보고 좋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시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쟁 회사의 센서 제품들을 테스트 해보고 우리 회사 제품이 세계적으로 뒤쳐지지 않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사업을 계속 이어가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 기업 육성위해 기술력 있는 기업 선별해 인큐베이팅 필요
국내 부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 대표는 “기업체에서 기술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에서 인큐베이팅 하는 식으로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을 선별해 인큐베이팅 해서 경쟁력을 얻을 때까지 키우면 나중에 양산화를 한다든지 아니면 전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술들을 보급할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술 레벨마다 다르겠지만 이미 해외에서 선도하고 있는 기술은 좀 더 인큐베이팅이 필요할 것 같고, 전 세계적으로 없는 기술 같은 경우 연구지원이 있거나, 사업화 과제가 있다면 충분히 산업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나 정책 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사업같은 경우 스타트업 관련 지원이 굉장히 많은데 조금 아쉬운 부분은 스타트업에서 인력을 데려 오는게 쉽지 않아서 그런 지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AI 인력이 많다 보니 소프트웨어 인력 충원은 비교적 수월한 편인데 스타트업이지만 저희는 제조기반도 있다보니 공장 부지라든지 공간을 크게 보유해야 되는데 그런 면에 어려움이 있어 지원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그렇게 지원을 많이 해주는데도 왜 청년들이 창업을 하지 않는지 문득 궁금했다. 이 대표는 “청년들이 안정적인 것을 많이 원하는 것 같다. 주변 대부분 친구들이 대기업에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다 보니 사업을 시작을 하는 것 보다 좀 더 수월하고 편하게 대기업에 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스타트업 지원 정책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니 이것이 좀 더 확산되면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대하는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요즘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가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많이 시청하는 것 같은데 스타트업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을 다루고 있다. 투자를 어떻게 받는지, VC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같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것들을 보면 스타트업의 경험을 간접 체험을 할수 있다. 창업을 많이 안하다 보니 회사를 만드는 것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라는 인식이 먼저 채워지는게 중요할 것 같다. 그런 인식들이 많이 공유되면 사업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대표도 창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얼마전 총장님과 교원 창업을 한 대학내 교수들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교원창업을 상당히 장려하는 편이고 실제 교수들도 많이 하려고 한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창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학생들이 창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 째, 창업을 하고 싶지만 자기 플랜이 있고 사업구상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학생들이 학점만 이수해 졸업하다 보니 창업 할 아이템이 없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본다. 지금은 이 대표와 같이 일하고 있지만 저도 40~50대 때는 창업생각을 많이 했는데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강의하는 것 만도 벅찬데 창업까지 하기에는 너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대표가 같이 하자니까 일을 분담할 수 있어 쉽게 창업이라는 트랙에 올라갈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감성이 다르다. 나는 50대가 넘은 사람이고 이 대표는 이제 30대가 되는 사람이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다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 부분을 서로 굉장히 존중한다. 에이딘은 제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과 신세대 감성이 잘 조화가 되는 회사라고 보면 좋겠다. 전체적으로는 벤처가 잘 생존하는게 중요하고 교수 입장에서 한 마디를 더 한다면 교수가 창업하는데 부담을 좀 더 덜어주면 더 많이 창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업하는 사람들이 잘 되어 학교에 기부도 많이 하고, 학생도 많이 채용하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로봇의 보다 더 안전한 작업과 공존'을 위해 [회사 연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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