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는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 상태라면 연내에 감염자수가 5천만명을 넘고, 내년까지 이어져 2억명을 돌파할 기세다. 어쩌면 우리 인류가 겪어본 질병 중 가장 고통을 주는 병원균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완벽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회적 격리와 마스크 착용, 비대면으로 활동하는 것 뿐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활동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른다. 실제 IMF보고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평균 -2%의 역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과 에너지가 자급자족이 안되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 길은 오로지 수출인데, 세계 전체가 이렇다보니 우리만 방역에 성공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방향은 명확해 진다. 바로 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더 나아가 주도하는 것이다. 우리 로봇계로 시야를 집중해 보자. 혹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지고, 로봇산업이 드디어 때를 만난 것이라고 호들갑이다. 과연 그럴까. 로봇산업 현장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일단 일선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방과 후 수업이 없어져 교육용 로봇기업은 줄줄이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아 경영위기를 맞으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 수술용 로봇 신규 도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행과 이동이 뚝 끊기며 자동차 산업의 불황이 제조로봇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그나마 활발한 분야가 택배 물류로봇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로봇기술이나 제품으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뛰어들 채비가 되어 있을까. 물론 시시각각 공개되고 있는 방역로봇 시제품을 보면 무언가 기대감을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확실한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은 답답함은 나만의 느낌일까. 일단 현재 소개되는 방역 살균로봇이라는 것이 하나같이 자율주행기술+스프레이 도구를 부착한 협동로봇 형태라는 점이다. 질병청의 자료에 의하면 일단 소독액 분무방식은 인체에 유해할 뿐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코 현장에서 외면받는 솔루션은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요리 로봇의 실패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미국 로봇기업들이 개발한 UV주사방식의 이동로봇도 마찬가지다. 날로 퍼져 가는 바이러스 감염통계를 보면, 미국의 방역망은 손도 쓰지 못하고 거의 무너진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UV주사방식의 방역로봇은 별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현재의 로봇 기술로는 방역현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로봇 제품은 아직 뚜렷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현재 바이러스와 전쟁은 우리 인간들의 사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슬픈 현실에 도달한다.
이제 우리 로봇 기업들에게 주문하고자 한다. 남이 하니 우리도 한다는 식의 따라하기식 개발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방역현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최상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전세계가 우리의 혁신적인 진단시약, K-방역체계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코로나가 불러운 비대면시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긴다는 다소 거창한 화두도 빈수레의 요란한 소리일 뿐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신념을 가지고 우리 로봇기업들이 현재의 난국에 다시 한번 사업방향을 정비할 때라고 본다. 물론 위기에 대한 처방을 개별 민간기업에만 요구할 수 없다. 비대면시대에 오히려 펄펄나는 이커머스, 물류, 게임업체들에게 로봇 개발자들이 빠져나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SW인력의 IT 대기업으로의 편중 이동은 바로 제조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인력이 생명인 중소 로봇기업에게는 회생할 수 없을 정도의 직격탄이다. 이러한 위기감이 로봇계에 펴져 나가는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제조 경쟁력이라고 볼 때, 정부도 지금 당면한 로봇산업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로봇은 하나의 산업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 고경철ㆍKAIST 로봇지능 다기관 연구단 연구교수(로봇신문 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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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명예기자 kckoh@rit.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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